항목 ID | GC023019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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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五月-鄕土-祝祭 |
영어의미역 | One´s Native Place Feast of May, Acacia Honey Festival |
분야 | 문화·교육/문화·예술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
지역 | 경상북도 칠곡군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홍상철 |
[정의]
경상북도 칠곡군 지천면 연호리의 신동재 일원에서 매년 5월 초순 ‘꽃과 벌, 인간’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아카시아 벌꿀축제.
[개설]
칠곡군이 주최하고 칠곡문화원이 주관하며 매년 4일 간의 일정으로 열리는 친환경·경제 축제다. 축제가 열리는 신동재 일원은 대략 330만㎡에 이르는 거대한 아카시아 군락지로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매년 아카시아 꽃이 만개하면 전국의 양봉인들이 모여드는 곳이며 양봉인들은 신동재를 양봉의 성지처럼 여긴다. 아카시아 벌꿀축제는 지역의 소중한 자연 유산을 농민의 소득과 연계시키고 도시민들의 아려한 추억을 되살린다는 취지에서 축제로 발전시켜 그 맥을 이어오고 있다. 1999년 처음으로 축제를 시작해 격년제로 개최해 오던 중 매년 개최하자는 관람객들의 요청에 의하여 2003년 제 3회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다. 관람객도 계속 증가해 2008년에 열린 제8회 축제에는 대략 14만 여명이 참가하고 3천여만 원 상당의 아카시아 벌꿀과 지역 농산물이 판매되어 농가 소득 증대와 함께 지역의 친환경 이미지 홍보에도 한몫을 하고 있는 웰빙(well-being) 축제 인 동시에 경제 축제다.
[신동재는 어떤 곳인가?]
신동재는 칠곡군 지천면 덕산리와 연호리를 연결하는 구 국도 4호선 상에 위치한다. 고개 높이는 해발 200m 정도이나 양쪽 5km 구간 주변에 아름드리 아카시아 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 아름다움 풍광이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 곳이다. 신동재는 1905년 산 아래를 통과하는 경부선 철도가 개통되고 인근에 역이 생기면서 사람들이 새롭게 모여들어 생긴 마을이란 뜻에서 신동(新洞)이란 마을 이름이 붙여지고 신동 인근에 있는 고개의 이름이 신동재로 불리게 된 것이다. 인근에 생긴 기차역은 신동역이다.
우리나라의 양봉을 이야기하면서 신동재를 빠뜨릴 수는 없다. 양봉인들이 생각하는 신동재는 양봉의 성지와 같은 곳이다. 고개 주변 330만㎡에 이르는 광대한 면적에 자생하는 아카시아 군락지는 전국 최대 규모다. 단순이 면적의 규모가 크다고 해서 무조건 양봉인들이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이곳은 다른 지역과 달리 5㎞에 이르는 고개 양쪽 길을 중심으로 군락지가 형성되어 벌통의 이동과 배치, 꿀벌의 꿀 채취 거리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매년 5월이 되면 신동재 일원에는 벌과 아카시아 향기가 고개 주변을 감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개 양쪽 길에는 하얀 벌통이 줄지어 늘어서고 윙윙거리는 벌들의 날개 소리에 귀가 멍멍할 정도다.
이동 양봉을 하는 전문 양봉인들 대부분은 겨울 동안 세력이 약해진 벌을 강군으로 키우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은 제주도의 유채꿀을 채밀하면서 이루어진다. 유채꿀은 초본류의 꽃에서 채취한 꿀이 가진 특성상 오래두면 과당 성분이 흰색 결정으로 굳는 특성이 있어서 소비자들이 설탕이 굳은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런 현상을 보고 설탕이 들어간 가짜 꿀로 불신하는 것이다. 그래서 전문 양봉인들이 제주도에서 유채꿀 채밀보다 꿀벌의 증식에 더 많은 신경을 쓰는 것이다. 제주도에서 증식 작업을 마치면 바로 신동재의 아카시아 군락지로 이동한다. 양봉인들은 “한해 꿀 농사의 성패는 신동재가 좌우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신동재에서 아카시아꿀을 채취하지 못하면 그해 꿀 농사는 흉작인 것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양봉에 있어서 신동재의 아카시아 군락지가 차지하는 비율이 크다는 말일 것이다. 신동재에서 아카시아 꿀 채취가 끝나면 이동 양봉인들은 벌통을 싣고 아카시아 꽃의 개화 순서를 따라 휴전선까지 올라가면서 꿀을 채취한다. 그런 연유로 신동재를 성지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아카시아 벌꿀 축제장 오르는 길]
언제나 아카시아 벌꿀축제의 시작은 어린 시절 아련한 추억을 되살리게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아카시아 벌꿀축제는 무대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 신동재 전 구간에서 열린다. 축제장으로 들어가는 초입은 덕산리 뒤편 신동재 서편 언저리로 첫 공식 행사인 아카시아 꽃길 걷기대회가 여기에서 시작된다. 지역의 청년들로 구성된 지천면청년협의회가 주축이 되어 참가자들을 안내하고 행사를 주관한다. 매년 첫 행사인 아카시아 꽃길 걷기대회에는 대략 1만여 명이 참가하며 걷기대회의 선두에는 지역의 농업인들로 구성된 풍물단이 서서 길을 이끈다. 20여 회를 굽이쳐 돌아가는 아카시아 숲길이기에 한 굽이만 뒤로 처지면 풍물 소리는 멀리서 들릴 듯 말 듯 멀어져 간다. 걷기 대회에는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두 손을 꼭 잡고 각자 하나씩 지팡이를 짚고 꽃길을 걷는 80대의 노부부가 있는가 하면 갓 백일이 지났을까 말까 하는 갓난 아기를 안고 오르는 젊은 부부도 있다. 사랑하는 청춘 남녀는 두 손을 꼭 잡은 사랑스런 모습으로 걷는다. 언제까지나 잡은 손을 놓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발랄한 여학생들은 무리지어 걸으면서 연신 깔깔거린다. 장애인을 휠체어에 태우고 온 가족이 합심해 올라가는 모습을 보면 저것이 가족이고 사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부모가 뒤에서 휠체어를 밀고 앞쪽에는 오빠처럼 보이는 청년이 끈을 매어서 끌면서 올라간다. 이마엔 땀방울이 송송 맺히지만 입가엔 언제나 싱글벙글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2㎞가 넘는 고갯길을 휠체어를 끌고 올라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장애인들의 축제 참가를 지원하기 위한 장애인 전용 차량을 운행하지만 이들 가족은 차량을 마다하고 힘든 길을 택해서 오르고 있다. 아카시아 꽃길은 누구나 한번 걸어보면 결코 쉽게 잊어버리기 힘든 길이다. 길 양편에 늘어선 아름드리 아카시아 나무는 언제나 늘씬한 모습으로 서서 소담스런 모습의 연한 잎을 달고 있다. 아카시아 잎은 이제 막 물이 오르기 시작한 듯 신록의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
수필가 이양하[1904~1963] 선생은 「신록예찬」에서 신록의 아름다움을 이렇게 말했다. “신록에는 우리 사람의 마음에 참다운 기쁨과 위안을 주는 이상한 힘이 있는 듯하다. 신록을 대하고 앉으면 신록은 먼저 나의 눈을 씻고, 나의 머리를 씻고, 나의 가슴을 씻고, 다음에 나의 마음의 모든 구석구석을 하나하나 씻어 낸다.”
신록의 아름다움이 이렇듯 크지만 아카시아 숲길의 백미는 순백색의 꽃이다. 신동재에 들어선 순간 누구나 아카시아 꽃에 매료된다. 길가에 늘어선 아름드리나무들은 온통 머리에 흰 눈을 맞은 듯하다. 나무마다 머리에 흰 눈을 이고 어깨까지 치렁치렁 흰 꽃송이를 드리우고 있다. 작은 나무들은 꽃 무게를 이기지 못한 듯 탐스런 꽃송이를 풀어 내린 옷고름처럼 늘어뜨리고 힘겹게 서있다. 고갯길 한 굽이를 돌면 달콤한 향기가 콧속을 파고든다. 살랑거리는 작은 바람결에도 진한 아카시아 향은 언제나 어린 시절의 아련한 추억을 일깨우고 지나간다. 아카시아 꽃길은 누구에게나 추억을 되새기게 하는 마력이 있는 듯하다. 양쪽 모두 2km가 넘는 고갯길이지만 아카시아 향에 취하고 추억에 취해서인지 힘든 줄 모르고 오르는 것이 신동재 만의 특징이다. 축제 기간 중에는 신동재 양쪽 꽃길은 관람객을 위한 셔틀버스를 제외하고는 통행을 제한해 호젓한 분위기 속에서 아카시아 꽃길을 걸을 수 있다.
[축제장 둘러보기]
축제장의 본무대는 신동재 정상 아카시아 숲속에 자리 잡고 있다. 신동재 일원이 개발이 엄격히 제한되는 그린벨트 구역 내에 포함되어 있어 주변 환경의 보존 상태가 어느 지역보다 양호하고 사람들의 손때가 적게 묻고 자연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 이것이 아카시아 벌꿀축제의 또 다른 맛인지도 모른다. 무대 주변은 자연의 멋을 살리고 보존하기 위하여 인공 시설물의 설치는 최대한 줄여 관중석도 약한 경사면을 그대로 이용한 흙 계단으로 되어 있어 색다른 멋을 느낄 수 있다. 관중석 중간에는 아름드리나무들이 여기저기 들어서 있다. 자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그대로 둔 것이다. 무대 주변도 나무로 둘러 싸여있다. 숲속의 무대인 것이다. 이곳 본 무대에서 지역의 민간단체들이 펼치는 각종 무대 행사가 열리고 무대 주변 양쪽 길에서는 상설 거리 행사와 체험 행사가 축제 기간 내내 진행된다.
[아카시아와 양봉 자료 전시장]
축제장의 상설 전시장 중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아카시아와 양봉전시장이다. 한국양봉협회에서 운영하는 전시장에서는 양봉에 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아카시아 나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말끔히 씻고 나가는 곳이기도 하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아카시아에 대하여 잘못 알거나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어쩌면 긍정보다 부정적 시각이 강한 나무인지도 모른다. 전시장에서 아카시아에 대한 설명을 들으니 들어 갈 때와 나올 때 생각이 확연히 달라진다. 일부에선 일제강점기 일본이 우리 민족정기를 말살하기 위하여 소나무를 베어내고 아카시아를 심었다는 이야기가 나도는가 하면, 어느 유명 언론인이 황폐한 산기슭이나 절개지에서도 억척같이 뿌리를 내리고 세력을 뻗쳐 나가는 생태적 특성을 들어 제국주의 나무라고 말할 정도로 부정적 의미가 강했던 것이 나무다. 그러나 알고 보면 아카시아는 유용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나무다. 강한 번식력 덕분에 6·25전쟁 이후 헐벗은 우리의 산하를 푸르게 만드는데 기여한 일등 공신이었다. 어느 나무보다도 맛있는 꿀을 많이 품고 있는 밀원수다. 우리나라 양봉에 있어서 아카시아를 빼고는 양봉은 생각할 수도 없다. 목재로서의 가치도 높다. 재질이 강하고 무늬가 아름다워 최근 고급 가구와 건축자재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철도 침목용으로 많이 쓰이기도 했다. 그동안 아카시아 나무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살았는지도 모른다.
양봉전시장에서는 양봉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모든 벌통을 투명 아크릴로 제작해 벌통 안에서 생활하는 꿀벌의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일종의 ‘누드 벌통’인 샘이다. 투명한 벌통을 자세히 관찰하다보면 벌들의 조직화된 사회성을 배울 수 있다. 한 마리의 여왕벌을 중심으로 분업화된 모습이 보인다. 리더인 여왕벌의 지시에 따라 모든 벌들이 일사 분란하게 움직인다. 한시도 쉬지 않고 일벌들이 벌통을 들락거리며 꿀을 물어온다. 반면에 숫벌들은 일보다는 거들먹거리며 노는 것이 일인 듯하다. 그렇기 때문에 양봉을 하는 사람들은 수시로 벌통을 열어 소수의 숫벌만 남기고 수시로 잡아낸다고 하니 노는데 정신이 팔려 생명을 단축하는 듯하다. 육각형의 반듯한 벌집에 칸마다 다른 모습이다. 어느 칸에는 어린 애벌레들이 한 마리씩 들어 있고 다른 칸에는 달콤한 꿀이 들어 있다. 육각형 집속에 들어있는 꿀들은 햇빛을 받아 영롱한 빛을 내고 있다. 중간 중간에 암갈색 밀랍으로 봉해 놓은 것도 있다. 벌들이 먹을 양식인 꿀을 보관한 창고 역할을 한다. 애벌레가 들어 있는 육아방에는 일벌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먹이를 주고 애기벌을 키운다. 꿀이 들어 있는 방에서는 벌들이 열심히 날개 짓을 하면서 꽃에서 금방 따온 묽은 꿀에서 수분을 날려 보내기에 열중하고 있다. 양봉전시장은 양봉에 대한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있기에 교육적 효과가 가장 큰 전시장으로 손꼽히고 있다. 따라서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의 산 교육장으로 인기가 높으며 학생들은 자연의 신비와 꿀벌의 성실함을 배운다.
[달콤한 꿀맛 보고 가세요]
우리는 가장 맛있다는 표현을 할 때 “꿀맛 같다.”고 한다. 꿀맛 이상의 표현은 없다. 꿀맛에 취해보고 싶다면 아카시아 벌꿀축제가 열리는 신동재로 가면된다. 아카시아 꽃이 만발하는 신동재에 가면 달콤한 꿀과 향기가 넘쳐난다. 축제의 주제가 꽃과 벌, 인간인 만큼 윙윙거리는 벌과 달콤한 꿀이 있다. 아카시아 향기에 취한 듯 사람들에서도 향기가 묻어나는 듯하다. 꿀요리 전시판매장에 들르면 꿀맛같이 달콤한 꿀요리를 맛볼 수 있다. 이곳은 칠곡군의 생활개선 회원들이 직접 운영한다. 꿀과 지역 농산물을 이용한 다양한 종류의 꿀요리가 선보인다. 대부분이 전시장을 운영하는 생활개선 회원들이 개발한 요리들이다. 주로 전통 방식을 활용한 절임 요리와 신세대의 입맛에 맞게 개발한 퓨전 절임 요리, 쌀을 이용한 약선 요리 들이다. 그러나 모든 요리에 필수 재료다. 꽃떡 만들기 체험코너도 운영한다. 축제 관람객이면 누구나 이곳에서 아카시아 꽃을 이용한 사탕 절편과 꼬리 절편 만들기 체험을 하고 맛볼 수 있다. 떡매를 치고 떡을 만들고 자르는 모든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내손으로 직접 만들어 먹는 떡이라 꿀맛이 더욱 진함을 느낄 수 있다. 우리차 시음 코너에서는 아카시아 꽃을 이용한 꽃차를 맛볼 수 있다. 달콤하면서도 진한 아카시아 향이 묻어나는 우리 전통차지만 아카시아 벌꿀축제장이 아니면 좀처럼 맛보기 힘든 차다. 한편에서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열심히 뭔가를 튀겨내고 있다. 바로 아카시아꽃 튀김 요리를 만드는 중이다. 금방 축제장 옆에서 채취해온 깨끗한 아카시아 꽃에 튀김 가루를 묻히고 튀겨내는 것이다. 튀김 한 송이를 받아든 관람객들은 입에 넣는 순간 아카시아 꽃의 달콤한 향기와 바삭한 느낌에 매료된다.
[꿀 따러 가세!]
양봉 체험장에 가면 신기하고 조마조마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우리가 벌을 보면 무엇을 가정 먼저 생각할까. 달콤한 꿀과 따끔한 벌침일 것이다. 누구나 양봉 체험장에 선뜻 발을 들여놓기를 주저한다. 어린 학생들은 더욱 그렇다. 벌침에 쏘일 것 같은 막연한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이유로 양봉 체험장은 축제장 끝부분에 밀려나 있다. 혹시라도 관람객들이 벌에 쏘이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양봉 체험장은 부스 전체를 방충망으로 감싸고 있다. 벌들이 체험장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일단 체험장에 들어서면 검은 망사로 된 안전망과 고무장갑이 지급된다. 안전망과 고무장갑을 끼면 벌에 쏘일 걱정은 접어 두어도 된다.
이곳에선 관람객들이 양봉에 대한 모든 체험을 할 수 있다. 양봉연구회 회원들의 도움을 받아 벌통을 직접 열고 여왕벌을 찾아보고 일벌과 어떻게 다른지를 관찰할 수 있다. 꿀을 모으고 어린 벌을 키우는 작은 집과 같은 양봉 소비를 직접 들고 벌들의 활동 상태를 볼 수도 있다. 또한 벌통 관리를 위한 소독 작업도 해 볼 수 있다. 덜 자란 숫벌 집은 칼로 잘라낸다. 쑥을 넣고 불을 붙여 연기를 나오게 하는 연기를 이용해 벌들을 관리해 보는 것도 진한 쑥 향기와 함께 느껴보는 색다른 체험이다. 채밀기에 꿀이 가득 찬 소초를 넣고 채밀기를 돌려 뻑뻑한 꿀을 걸러 낼 때쯤이면 양봉 전문가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질 수도 있다.
[축제사진 촬영대회]
축제를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많은 것이 눈으로 구경하는 방법 그다음은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해 몸으로 느끼는 방법이다. 두 가지 방법은 어느 축제장에서나 보편적으로 운영되는 방법이다. 이런 소극적인 방법보다 좀 더 축제를 즐기는 방법은 체험을 넘어 직접 참여하여 축제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아카시아 축제의 기본적인 운영 방식은 주민 참여를 최대한 확대하는 것이다. 지역의 주민과 관람객이 축제의 주인공이 되어 진정한 축제의 참맛을 느껴보게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8회에 걸친 축제 과정에서 주민 참여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개인 단위의 참여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의 주민 참여는 개인보다는 지역의 동호회와 학습 단체 등 자생적인 단체 위주로 참여해오고 있다.
개인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 중의 하나가 아카시아 벌꿀축제 사진촬영 대회다. 대회는 누구에게나 참여가 개방되어 있다. 남녀노소는 물론 거주 지역의 제한도 없다. 누구나 카메라 하나만 들고 촬영하면 된다. 소재도 자유다. 축제장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촬영 대상이 된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모습에서부터 투명한 벌통 속에 꿀벌에 정신이 팔린 학생, 유모차를 의지해서 축제장을 돌아보는 할머니, 콧수염에 묻은 뽀얀 막걸리 자국을 옷소매로 훔치는 할아버지, 키다리 삐에로 앞에 풍선 하나 얻으려고 줄선 유치원생, 각설이 장단에 현란한 몸놀림을 선보이는 엿장수의 모습 등 모두가 사진촬영 대회의 소재가 된다. 조금 더 멋있고, 이색적인 소재를 찾아 축제장을 헤매는 기분은 직접 해보지 않고는 모른다. 출품된 사진은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 팀의 심사를 거쳐 입상작을 선정하고 소정의 시상금을 수여한다. 최종 심사 후에는 지역 관공서를 순회하면서 전시한다. 누구나 한번쯤 사진촬영 대회에 참가해 보는 것도 축제의 또 다른 맛이다.
[벌수염 사나이의 묘기]
축제 기간 중 누구나 바짝 긴장하는 순간이 있다. 보고 즐기는 축제장에서 긴장된 분위기가 조성된다는 것에 대하여 의아해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출연자나 관람객이나 모두가 긴장한다. 관람객들의 손에는 땀이 배어난다. 무대 주변에는 적막감이 흐른다. 그 흔한 배경음악도 없다. 사진작가나 취재진도 감히 가까이 가기를 망설인다. 방송사의 취재팀들도 둘로 나뉜다.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전하는 리포터들도 이 순간에는 멀찌감치 떨어져 자리를 잡는다. 어깨에 무거운 카메라를 멘 카메라맨은 검은 망사로 만든 안전망으로 완전 무장을 하고 나서야 무대 주변에 다가 간다. 그러나 긴장된 모습은 역력하다. 도대체 무슨 프로그램이기에 이렇듯 긴장을 하는 것일까?
바로 ‘벌수염 붙이기’ 묘기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지역 양봉인으로 벌수염 사나이로 알려진 안상규 대표가 출연해 온몸을 벌로 감싼다. 벌수염 붙이기가 시작되면 주변에는 의료진과 구급차가 대기한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제1회 아카시아 벌꿀축제 당시 벌수염 붙이기에 도전했던 안상규 대표는 행사 도중 쏘인 벌독으로 졸도해 병원으로 후송되는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만큼 위험한 묘기다. 일반인들은 절대로 흉내를 내서는 안되는 위험한 일이다. 먼저 무대 위에 하얀 벌통이 올려 지고 주인공인 안 대표가 등장한다. 백주 대낮에 알몸 차림이다. 달랑 삼각팬티 한 장만 걸치고 손엔 봉솔만 하나 들었다. 귀와 코에는 벌이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마개로 막았다. 숨은 입으로만 쉰다. 준비 작업을 마치면 진행을 도와주는 동료 양봉인들이 벌통을 열고 벌들이 빽빽하게 붙은 비를 꺼내고 조심스럽게 벌들을 발 주위에 쓸어 놓는다. 순식간에 발 주변에는 벌떼가 수북이 쌓인다. 벌들은 마법에 걸리기라도 한 듯이 스멀스멀 기어오른다. 안 대표는 손에든 봉솔로 길을 안내하듯 발등에서 무릎으로 자꾸만 끌어 올린다. 이때부터 인간과 벌은 하나가 되기 시작한다. 벌들은 순식간에 온몸을 덮기 시작한다. 히말라야 설산의 설인처럼 변해간다. 사람의 모습이 아니라 겨울잠에 들어가기 전 몸집을 잔뜩 불린 곰처럼 보이기도 한다. 벌들의 행렬이 위로 올라갈수록 관람석은 더욱 정적 속에 빠진다. 숨소리조차 크게 내기에는 부담스러운 분위기다. 벌떼의 선두가 목을 넘어 얼굴로 올라가면 묘기는 절정에 이른다. 가끔 안 대표의 표정이 찡그려진다. 벌에 쏘인 것이다. 실제로 벌수염 붙이기를 진행하는 동안 대략 150~400번 정도 벌에 쏘인다. 벌독에 면역력이 없는 일반인들이 이정도 벌에 쏘이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 벌떼들이 얼굴을 점령하기 시작하면 봉솔을 든 안 대표의 손은 조심스럽지만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입과 눈으로 파고드는 벌떼를 쓸어내는 것이다. 그냥 두면 순식간에 벌들이 입안으로 들어가는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 때문이다. 2008년에 열린 제 8회 아카시아 벌꿀축제 당시 안 대표가 붙인 벌의 수는 무려 30만 마리다. 벌의 무게만도 대략 45kg 정도다. 벌통 하나에 대략 1만 5천여 마리의 벌이 있으니 20통의 벌들이 벌수염 사나이의 몸을 감싼 것이다. 이것은 기네스북에 세계 최고의 기록으로 등재되어 있다. 30만 마리의 벌을 몸에 붙이는 대는 대략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온몸은 벌들로 덮여 있다. 눈과 입 주변의 얼굴만 남았다. 이제 온몸에 벌을 붙인 ‘벌인간’이 서서히 움직인다. 인간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벌 뭉치가 매우 느리게 움직인다. 조금만 충격을 주어도 벌들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배부른 나무늘보가 움직이는 것과 같다. 한발 한발 옆에 준비된 벌통 위로 올라가 퍼포먼스를 펼치기 위해서다. 퍼포먼스는 당시 이슈가 되는 과제를 선정해서 실시한다. 2006년엔 온몸에 벌을 붙인 채로 ‘독도는 한국 땅’이란 소형 리본을 들고 독도 사랑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달콤한 향기와 아찔함을 함께 느끼고 싶다면 아카시아 벌꿀축제장으로 가면 된다.
[축제의 주인은 주민이다.]
어느 곳이나 축제를 열면서 강조하는 말 중의 하나가 민간 주도의 축제다. 너나 할 것 없이 관 주도에서 벗어나 민간 주도의 축제를 강조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대부분의 축제는 관 주도로 열린다. 그렇다면 아카시아 벌꿀축제는 어떤가. 처음 시작 때는 관 주도로 시작했으나 꾸준한 노력과 지역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로 대부분 민간 주도로 전환되었다. 무대 행사 프로그램의 대부분은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학습 단체나 동호회 회원들이 힘을 합쳐 프로그램을 짜서 참여한다. 전문 공연단의 공연보다 세련된 맛이 떨어지고 예술성이 조금 낮을지 모르지만 주민들이 참여하는 것에서 의의를 찾는다. 관람객들도 무대에 오르는 이웃 주민을 보고 더욱 큰 호응도를 보인다. 나도 내년에는 출연해 볼까하는 의욕도 보인다. 4일 동안 진행되는 무대 프로그램을 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
축제를 주최하는 칠곡군과 주관하는 칠곡문화원이 직접 주도하는 프로그램은 개막식과 식전 축하 공연, 주민 노래자랑인 윙윙 가요제의 초청 가수 정도다. 식전 축하공연은 주로 유관 기관의 협조를 받는다. 2008년의 경우 경상북도 도립국악단이 출연해 고전무용과 대금 연주, 가야금 연주, 사물놀이 공연을 펼치고, 2009년의 경우 고르예술단이 대북공연 공연을 펼쳐 아카시아 벌꿀축제를 축하했다. 공식적인 축제의 시작인 개막식은 칠곡군이 직접 진행한다. 주민들의 노래 솜씨를 뽐내는 윙윙가요제도 주민 중에서 신청한 아마추어 가수들이 주류를 이루지만 가요제를 축하하기 위한 초청 가수는 주관 단체인 문화원이 초청한다.
나머지 대부분은 주민들로 구성된다. 2008년 제8회 축제 프로그램을 한번 살펴보자. 첫날 열린 어린이 밸리댄스와 어린이 패션쇼는 지역의 여성인력개발센터의 공부하는 교육생들이 준비하고 진행했다. 출연진도 지역의 학생들이 주류를 이룬다. 첫날 저녁에 열린 대중가요와 재즈댄스 공연 등은 지역에 있는 대구예술대학의 학생들이 준비했다. 나머지 프로그램의 대부분도 주민 참여 공연으로 이루어졌다. 칠곡문화원 교육생들이 댄스 공연과 풍물놀이, 민요, 한국무용을 준비했다. 대부분 50대에서 70대에 이르는 노인들이 주인공이다. 또 다른 주민 참여 공연인 크로마하프, 사물놀이, 스포츠댄스 공연 등은 평생학습대학과 축협, 농협 등에서 진행 중인 교육생들로 구성된 학습 동아리들이 그동안 준비한 실력을 자랑하는 자리다. 아카시아 숲속에서 열리는 시낭송회도 지역의 5개 문인 단체들이 주도한다.
거리 행사도 마찬가지다. 주최 측에서 참여 신청을 단체에 대하여 기본적인 부스만 제공한다. 나머지는 민간단체별로 준비하고 운영한다. 앞에서 언급한 양봉체험장은 칠곡군양봉연구회에서 운영하고 꿀요리 전시·판매는 생활개선회에서 맡아서 한다. 이것만이 아니다. 야생화 전시회는 들풀사랑회에서 추진하고 사진 전시회와 사진촬영 대회는 칠곡사우회, 민속놀이 체험은 생활개선회, 먹거리장터는 음식업조합, 짚풀공예 체험은 짚풀나라 동호회에 진행하는 등 대부분의 행사를 민간 주도로 추진하는 것이 아카시아 벌꿀축제의 특징이다. 즉 주민이 주인인 주민들의 축제인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
신동재에서 열리는 아카시아 벌꿀축제는 자연환경을 테마로 한 친환경 축제인 동시에 지역 농산물의 홍보와 판매를 통한 농가 소득 증대를 도모하는 경제 축제다. 아직 8회를 치른 짧은 역사를 가진 축제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급격한 기후변화와 심화되는 환경오염으로 웰빙과 로하스가 새로운 생활 패턴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아카시아 벌꿀축제도 매년 관람객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관광문화 축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따라서 관람객들로부터 좀 더 사랑받고 다시 찾고 싶은 축제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할 것이다. 그동안 나타난 문제점들을 심도 있게 분석해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다. 축제장 주변에 잔디 광장을 조성해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쉴 수 있도록 하고 주변의 산 능선을 맨발 산책로와 산악자전거 도로를 개설해 보고 즐길 수 있는 축제로 발전시켜 나갈 방침이다. 축제장이 산 정상 고갯마루에 위치한 관계로 구입한 농산물의 운반이 불편해 판매의 장애 요인으로 지적되어 온점을 감안해 축제기간 중 택배 코너를 마련해 농산물 판매를 촉진시킬 방침이다. 또한 꽃과 꿀에 한정 테마에서 벗어나 아카시아 숲을 테마로 한 축제로 확대해 건강과 문화예술, 환경, 지역 농산물이 어우러진 로하스 축제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신동재 양쪽 5km 구간에 가로등을 설치해 관람객들이 야간에도 아카시아 꽃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쉼터와 체험장, 전시 공간을 더욱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2008년에 아카시아 벌꿀축제장이 있는 지천면 일원이 지식경제부로부터 양봉 특구로 지정받았다. 양봉 특구와 축제를 조화시키면 보다 의미 있고 알찬 축제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2011년부터는 아카시아 벌꿀축제를 건강한 전원생활을 느낄 수 있는 ‘칠곡 팜마켓 축제’로 전환하여 개최되었다.
[찾아가는 길]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경우는 두 가지 길이 있다. 경부고속도로 왜관인터체인지에서 내려서 국도 4호선을 따라 대구 방향으로 8㎞ 정도를 오면 축제장이 잇는 신동재로 오르는 길이 보인다. 축제 기간 중에는 왜관인터체인지 출구에서부터 안내판을 세워 길을 안내하여 네비게이션이 없어도 누구나 찾을 수 있다.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할 때는 칠곡인터체인지에서 내려 바로 우회전을 하여 500m 지점에 잇는 고가다리 네거리에서 우회전해 국도 4호선을 따라 가다보면 축제장 입구가 보인다.
기차를 이용할 경우는 왜관역에서 하차하여 250번 버스를 타면 축제장 옆으로 지난다. 대구 시내에서도 250번 버스를 타면 된다. 대구에서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에는 팔달교를 지나 태전 삼거리에서 왜관 방면으로 좌회전해 국도 4호선을 따라 직진하다보면 축제장 입구가 나온다. 특히 축제 기간 중에는 축제장과 가장 가까운 신동역에 하루 한차례 관람객을 위해 임시 정차를 한다. 네비게이션을 사용할 때에는 경상북도 칠곡군 지천면 덕산리 혹은 낙산리를 입력하면 축제장 입구까지 안내된다. 축제장 인근에는 1,500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고 축제장 양쪽 방향에서 셔틀버스를 무료로 운행한다. 축제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신동재 구간에는 차량 출입을 통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