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3C0202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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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 지리 |
지역 | 경상북도 칠곡군 동명면 남원리 남창마을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최엄윤 |
남창마을을 둘러보면 최근에 지은 몇몇 집들을 제외하고는 1955년 입주 당시 모습 그대로, 본채만 조금 수리한 채 옛 모습을 유지한 집들이 대부분이다.
165.29㎡ 정도 되는 집의 마당으로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마당 한 켠에 서 있는 감나무 한 그루이다.
1955년에 지어진 집은 반접집 형태로 세 칸인데, 세 칸 중 부엌이 크고 2개의 방은 똑같은 형태이다. 전통 가옥 형태로 보면 ‘ㄱ’자 형태이나 누에를 먹이는 잠실을 콘크리트 벽돌조로 대문 쪽으로 지어 놓아 ‘ㄷ’자 형태를 이루는 것이다. 즉 안채를 기준으로 오른쪽이 누에 먹이던 곳인데, 집집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같은 모양을 유지한다. 그리고 아래채는 보통 사랑방으로 사용되었는데, 사랑방 아궁이의 경우 소를 키우던 집에서는 소죽을 끓였던 곳이기도 하다.
남창마을의 집들이 다른 지역 집들과 특별히 차이를 보이는 것은 이 잠실이다. 그 외에도 쌀가마, 즉 뒤주가 집 안에 있는 것도 특이하다. 쌀뒤주는 가을철 벼 추수가 끝나면 탈곡해서 저장하던 곳으로, 다른 지역은 보통 뒤주를 따로 만드는 데 비해 남창마을은 집에 붙여서 만들었다.
남창마을의 누에농사는 1962년에 실시된 정부의 잠업증산 5개년 계획에 따른 것이었다.
잠업은 마을 경제의 튼튼한 기반이 되었지만, 밤낮으로 갓난아이 돌보듯 갖은 정성으로 키워야 했기에 그야말로 고단한 노동의 대명사였다.
1979년 남창마을로 시집 온 최윤자[53세] 씨는 시집오고 한 2년 정도 누에를 먹였다고 한다. “밤에도 뽕을 쪄다가(뜯어다) 아침에, 이슬 있는 거 주면 죽는다 캐가(해서) 이슬 마르면 주고 또 뽕 쪄놨다가 밤에 주고. 뽕 찌러 가면 무슨 가루 겉은, 벌레 겉은 게 허옇게 자잘하게 뽕 잎에 묻었거든. 그런 걸 팔에도 묻고 옷에도 묻고 그러면 억시 가렵고…… 이 동네에, 전부 누에 먹이고 누에고치 갖다대고 이러대…… 그러다 한 2년 가니께 띄엄띄엄 자꾸 없어지더라고.”
1973년 근동에서 처음으로 남창마을에 전기가 들어오게 된 것도 이 누에 때문이라고 한다.
그 해 5월 24일 남창마을이 새마을운동 1등 마을로 뽑혀서 육영수 여사가 마을을 방문했는데, 호롱불 아래에서 밤낮 없이 누에를 먹이던 마을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 전기임을 알고 바로 조치해서 약 3개월 뒤 전기가 들어오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남창마을에서는 최소 10년 정도는 누에를 먹였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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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들어온 날
현재 남창마을에 있는 손두부집도 이 잠실을 개조해 차린 것이라고 한다. 이렇듯 1차, 2차, 3차집 어디를 가도 누에를 먹였던 잠실이 현재는 창고로 쓰이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약 16.53㎡ 규모의 창고에서 온 가족이 밤낮으로 교대하며 누에에게 뽕잎을 뜯어 먹였던 1960년대와 1970년대의 마을 풍경은 곧 산간 지방이라 비옥한 땅 한 뙈기 넉넉지 못했던 남창마을의 애환이 담긴 풍경에 다름 아니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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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옥가옥 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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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집과 3차집 경계 골목
남원슈퍼 옆을 돌아 감나무와 돌담에 반해 우연히 들렀던 한 가옥에서 주인아저씨와 마주했다.
아직도 잠실이 있던 그 집 주인아저씨는 낯선 이의 방문에 경계도 없이 음료수를 건네주며 그 시절을 회상하신다. “우리 집사람이 내보다 나이가 여덟 살이나 어린데 허리가 휘어가 밥도 제대로 못 차려요. 시집 와가 고생을 하도 해가, 밤낮으로 누에를 먹이다가 허리가 다 굽었어.”
아저씨의 눈가에 살짝 애환이 감돌며 목소리가 젖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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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슈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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