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마음으로 그리는 고향지도

농부의 마음으로 그리는 고향지도

돋움 굴림 바탕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3E030102
분야	지리
지역	경상북도 칠곡군 기산면 각산1리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최엄윤

김병탁 씨의 머릿속에는 나고 자란 각산1리 온 마을이 구석구석 훤하다. 골목골목 집이 몇 채나 있는지, 그 집에는 누가 살고 있는지, 또 지금은 사라져 버린 옛날의 마을 풍경은 뭐였는지까지. 산골마을 골짜기 골짜기마다 무엇이 있고 이름은 무엇인지. 심지어 그 이름의 유래까지……. 마을의 토박이로서 그의 고향 사랑은 그의 기억만큼이나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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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병탁 씨

2009년 현재 마을 입구에 있는 각산상회 앞에서부터 서치마을로 가는 길과 대흥사 입구 약 1.5㎞ 구간까지는 포장도로가 잘 닦여 있다. 그리고 포장도로가 끝나는 곳에서 15분쯤 비포장도로를 따라 걸으면 은행나무와 대흥사 터에 자리 잡은 작은 암자와 재실 등을 만날 수 있다.

각산상회

김병탁 씨 집은 저수지에서 우측으로 꺾으면 만나게 되는 첫 번째 집인데, 15년 전쯤 서치마을 쪽에서 살다가 이사를 왔단다. 저수지에서 서치마을로 오르는 2차선 확장공사를 완공한 것은 작년인데, 당시 김병탁 씨는 70대 이상 고령자가 많은 서치마을 어르신들을 차로 모셔다 드리기 위해 경운기밖에 다니지 못하던 그 길을 2차선으로 확장하기 위해 여기저기 협찬을 받으러 다녔다.

“거기 저수지 옆에 보면 조그마한 돌에 협찬한 분들 이름 적어 놨제? 고령까지 가가지고 30만 원 구걸해가 오고, 왜관 가서 5만 원 받은 적도 있고…… 오토바이 타고 많이 다녔어.”

길을 확장하면서 땅이 길에 물린 몇몇 사람이 반대도 했지만, 적게는 50만 원에서 많게는 200만 원까지 정부에서 보상금을 받고 2차선 확장공사는 결국 완공되었다.

1960년대 이후 마을에 저수지 하나가 더 생기고 새로운 길들도 닦이며 비록 사람들의 생활은 더 편리해져 왔지만, 김병탁 씨는 한편으로 농지는 물론 마을 뒷산 소나무 숲과 향나무 아름, 그 향나무 아래의 우물 등, 하나둘 사라져 마을의 소중한 공간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크단다.

서치지(아랫못)

서치지(웃못)

홰나무

내각마을 우물

마을우물 전경

그가 군대에 가기 전 향나무는 베어져 어디론가 팔려갔고, 그 아래 우물도 메워졌다고 한다. “서치마을 향나무랑 그 밑에 우물, 그건 있었어야 되는데…….”

축산과 논농사, 과수농사까지 농사란 농사는 모두 하며 바쁜 일상을 보내는 그이지만 마을 일이라면 이처럼 늘 발 벗고 나선다.

대흥사에서 동쪽 계곡으로 50m 정도 지점에 마을 사람들이 부도골이라고 부르는, 8개의 부도가 일렬로 서 있는 곳이 있다. 3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근처에 아무렇게나 뒹굴던 이 부도들을 다시 세운 건 대흥사 암자에 계시던 스님이었다고 한다.

“그때 여(여기) 봉사 스님이 한 분 계셨어. 원래 약목 어느 절에 계시다가 이삿짐이라고 한 경운기 정도 우리 집 앞에 저수지 둑에 세워 놓았길래 네댓 명 불러다가 지게 지고 옮겨 줘서 친해졌더니 어느 날 이걸 이야기해, 그걸 이렇게 놨으면 좋을 텐데…… 그럼 그렇게 합시다 하고 스님이 막걸리 한 말 받고 동민들이 올리고, 시장님이 와 가지고…… 그 스님이 30년 가까이 여기 계셨어…… (중략)…… 한 15년쯤 돌아가셨지, 부도 세워 놓고 한 3년 있다가.”

또한 그는 옛날 기산초등학교 아이들의 단골 소풍지였던 비룡산의 등산로를 개척하기 위해 8년 전 서치마을로 이사 온 50대의 이웃과 함께 붉은색으로 길도 표시해 놓고 이정표도 만들고 있단다.

그런데 두 시간짜리 등산로를 몇 년째 완성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한다. 비룡산 신선바위를 설명하기 위해 그는 낙엽더미에 묻힌 숲 속에 길을 만들며 우리를 안내했다.

신선바위-비탈면에서 본 신선바위

신선바위-가까이서 본 신선바위 모습

신선바위-뒤쪽에서 본 신선바위. 하나의 바위가 두쪽으로 갈라진 듯한 모습

신선바위-아래쪽에서 올려다본 신선바위 모습

신선바위-깎아지른 듯한 모습의 신선바위

이렇게 서치와 퉁지미의 길을 닦으면서 김병탁 씨는 골짜기 골짜기마다 서린 전설과 더불어 고향 마을 지도를 가슴 속에 그리고 있었다.

신선바위 가는 길

우세터마을의 느티나무

김병탁의 각산1리 지도

[정보제공]